소재 찾기/좋은 시 모음4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그곳의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2020. 5. 31. 목련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2020. 5. 31. 오래 혼자였던 마음이 마음에게 (하) -김준 오래 혼자였던 마음이 마음에게 국내도서 저자 : 김준 출판 : 지식인하우스 2017.10.30 상세보기 어떤 하루는 답답함의 무게를 한숨으로 밀어내는 것도 벅차다 그저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오늘도 힘들었죠. 정말 수고했어요' 하고 내 어깨를 토닥여 주는 듯했어 그저 눈빛만으로도 무거운 어둠 깊이 스민 곳에 깃털 하나 눕히듯 빛이 놓이면 아, 네가 왔구나 기다린다는 건 자신의 현재를 상대에게 어느 정도 떼어 주는 행위에요 그렇기에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건 그리 당연한 게 아니에요 기다려 준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현재를 떼어 주는 일은 결코 아무에게나 할 수 없으니까요 등불을 켭니다 바람이 붑니다 불이 꺼집니다 당신이 올까요 등불을 켭니다 그렇게 그렇게 늘 기다립니다 우리 사이에 빠진 조각만 찾아 .. 2020. 5. 31. 오래 혼자였던 마음에게 (상) -김준 오래 혼자였던 마음이 마음에게 국내도서 저자 : 김준 출판 : 지식인하우스 2017.10.30 상세보기 나의 계절을 기다린다 벚꽃은 봄 내음 그윽함과 함께 춤추고 동백꽃은 겨울 눈과 함께 내린다 나의 계절이 오면 나도 피어나겠지 무엇을 꼭 피워 내야만 아름다운가 갈라진 땅 사이엔 한숨만 가득한데 그렇게 자란 꽃인들 얼마나 가리오 세상은 계속 무언가 피워 내라 하나 우리는 본래 지지 않는 꽃이거늘 텅 빈 마음 한켠에 윌의 조각이라도 채워 넣고 싶은 날 너무 크게 울면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실 알고 보면 다른 사람의 슬픔도 바다를 이룰 만큼 크다 다만 나의 것이 넘치게 아픈 나머지 주변의 것들은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아프다 너와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 사람이 어딘.. 2020. 5.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