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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찾기/가사가 좋은 노래 모음

2) 어떤날, 너에게 - 임재범

by 먼데인판타지 2020. 6. 2.

 

어떤날, 너에게 날 보낸다면
바람일지 몰라
너를 안지도 못해 맴도는
 
어떤 날 나에게 끝이 찾아와 준다면
축복일지 몰라
그 땐 아픔도 숨 멎을 테니
 
어디 있는지,
칼날 같은 날 품어 울던 넌
기척조차 더 이상 들리질 않아
저 먼 곳에서 타박거리며 오는 발소리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본 곳엔
비가 내린다
 
그누가, 너에게 날 묻는다면
추억이라 부를까
그래, 넌 나와 달랐으니까
 
어쩌면 그런게 이유였을지도 몰라
처음부터 우린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어
 
어디 있는지,
칼날같은 날 품어 울던 넌
기척 조차 더 이상 들리질 않아
저 먼 곳에서 타박거리며 오는 발소리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본 곳엔
낙엽이 진다
 
(비가 내리면 난 여전히 너를 생각해)
거친 나의 하늘은 눈물 뿐인지 왜
나는 어딘지.
칠흑같은 이곳이 나인지
그림자도 없는 이 동굴 같은 밤
 
한숨이 분다

이 노래는 김이나 작사가가 가사를 썼다. 

김이나 작사가의 책을 읽고서 의외로 상업적 글쓰기, 드라마 작법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은 편이기 때문에

김이나 작사가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졌는데

검색 하다 보니 김이나 작사가가 이 노래의 작사 배경에 대한 일화를 인터뷰 한 적이 있더라. 

 

그래서 인터뷰 내용 일부를 인용한다. 

여러분도 상업적 글쓰기, 캐릭터 빌딩, 감정 글쓰기에 대한 힌트를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684398.html

 

-작사가 김이나의 개성은 노랫말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노력과 미묘한 감정 포착 능력이라는 평이 많다. ‘주제(사랑과 이별)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책 대목도 흥미로웠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고 난 뒤의 여운을 임재범의 ‘어떤 날 너에게’ 노랫말 작사 때 활용했다는 서술에서도 캐릭터와 인간성에 대한 관심이 느껴졌다.

 

“그때그때 다르다. <칼의 노래>는 우연히 읽었는데 좋아서 여러번 읽었다. 특히 이순신이 아들 면이 죽은 뒤 소금창고에서 숨죽여 우는 장면 묘사에서 많이 울었다. 나는 이 묘사에서 ‘호랑이가 우는 소리’를 떠올렸다. (김훈의 문장이) 그런 힘을 가진 거잖아. 가사 쓰면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바람이 분다’처럼 사실을 그냥 툭 던지는 문장 같은. 멜로디는 클라이맥스인데 그저 ‘바람이 분다’라는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게다가 그게 가수 임재범이었기에 더 어울렸을 것이다. 말랑한 보컬이면 그 가사가 안 먹혔을 텐데.”

 

 

-왜 캐릭터에 주목하나?

 

“관찰을 좋아하는 제 성향도 있겠지만 (작사가가 되고 나서) 후천적으로 길러진 게 큰 것 같다. 작사가가 된 지 10년째다. 대중가요 의뢰의 90%는 사랑 노래나 슬픈 노래다. 반복해야 한다. 비참하게 버려진 이야기를 한번 했는데 또다시 비참하게 버려진 이야기를 해야 되는 거다. (감정을) ‘나노 단위’로 나누다 보니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비슷한 감정의 가사들로는 승부가 안 된다. 생존하려고 길러진 거다.(웃음)”-이별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기준으로 캐릭터 유형을 6개로 나누고 해당 유형들을 노랫말로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한 부분도 재밌더라.“작사가가 되고 나서 심산씨가 번역한 <시나리오 가이드>(데이비드 하워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를 읽어봤다.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시나리오 작가들의 기본기는 뭘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 책에서 ‘잠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이 기억난다. 그래서 나도 내가 하는 작사법 강의 때 학생들에게 편의점에서 담배 사오는 장면을 묘사하도록 시킬 때, 삶에 지친 직원인지 아니면 막 일을 시작한 직원인지에 따라 담배를 건네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가르친다. 또는 직원이 흡연자면 ‘말보로 실버 달라’는 주문을 듣고 바로 담배를 찾아서 줄 테고 비흡연자면 찾느라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 디테일에 주목하라고 가르친다.”

 

-‘좋은 글=좋은 문장 쓰기’라고 착각해온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얻을 통찰이 꽤 있어 보인다. 대중적으로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거나, 그렇게 쓰는 것을 폄하해온 글 독자도, 고개를 끄덕일 대목이 많아 보인다.

 

다양한 테마와 캐릭터를 위해서라도 자꾸 눌러만 놓는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지금 내가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이 구질구질한 감정의 원인은 정확히 뭔지, 지금 심경이 어떤지 등등을 세밀하게 살펴보자. 그 누구보다 우선 나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응시할 줄 알아야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나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인데, 

가끔 교육원이나 작가들 스터디에서 보면 지망생들 중에 '작가'가 되고 싶어서 드라마를 쓰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생각하는 '작가'란 필히 존경받아야 마땅하고,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되는대로 분출하는 직업인 모양으로,

그들의 글이 대중적인지, 팔릴 만한지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천재적인지, 예술적 의미가 있는지, 의미, 메시지가 얼마나 철학적인지에 더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건 글쎄 ...문학의 얘긴 거 같고, 그것도 남들 돈 빌리지 않고 직접 자비로 출판하는 시와 소설의 경우가 맞는 거 같고,

드라마 작가가 된다는 건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 거 같다. 

그만큼 많은 자본이 들어가고, 많은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며, 반드시 수익을 내야만 다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상업적인 마인드로 단단히 무장한 김이나 작사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직업적 작가란 무엇인지, 상업적으로 접근해도 그 안에 감성을 담아내고,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글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좋은 선배에게서 황금같은 조언을 듣는 기분이랄까.

 

 

 

칼의 노래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문학동네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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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가이드
국내도서
저자 : 데이비드 하워드(David Howard) / 심산역
출판 : 한겨레출판 199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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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의 작사법
국내도서
저자 : 김이나
출판 : 문학동네 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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